행정 ‘10년 만의 성과’ 말이산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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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9-22 21:21본문
‘10년 만의 성과’ 말이산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됐다
가야 문명 보여주는 7개 가야고분군과 함께 세계유산 등재 확정
‘잃어버린 역사’였던 가야사, 세계적인 공인 받으며 다시 발돋움
브랜드 가치 상승 및 관광객 증가 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말이산 고분군'이 드디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지 10년 만의 성과다.
17일 오후 9시 30분경(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제45차 세계유산회의에서 함안 말이산 고분군을 비롯한 ‘가야고분군(Gaya Tumuli)’의 세계유산 등재가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가야고분군’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와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대한민국의 세계유산으로 처음 등재된 이후 우리나라의 16번째 세계유산이 됐다.
경남에서는 해인사 장경판전(1995년), 통도사(2018년), 남계서원(2019년)에 이어 4번째다.
이번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1세기에서 6세기 사이에 걸쳐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7개 고분군으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가야고분군’은 가야 각국의 왕과 왕족 등 지배자들의 무덤으로 함안 말이산고분군을 비롯 △대성동고분군(경남 김해) △옥전고분군(경남 합천) △송학동고분군(경남 고성) △교동과 송현동고분군(경남 창녕) △지산동고분군(경북 고령)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전북 남원) 등이다.
이 가운데 경남은 함안 말이산 고분군을 비롯, 김해 대성동,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성 송학동과 합천 옥전 등 5곳이 포함돼 가장 많다.
가야는 중앙집권화된 고구려, 백제, 신라와 달리 여러 정치 세력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자체적인 역사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잊혀진 왕국’ 또는 ‘신비의 왕국’ 등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잊혀진 역사’였던 가야사가 세계적인 공인을 받으며 ‘세계의 역사’로 다시 발돋움 한 것이다.
가야고분군에는 당시 가야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사용했던 그릇, 가야 사람들이 살던 집이나 배 모양을 본떠 만든 토기 등과 칼, 갑옷, 투구 등 철제 무기와 말 갑옷 등 부장품이 많이 발굴됐다.
이런 유물들을 통해서 가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타임캡슐로 불리고 있다.
특히, 함안의 말이산 고분군은 가야고분군 중 가장 오랜 기간 조영(造營)된 고분군으로 가야전기와 후기의 모습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고분군으로 세계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한창 추진 중이던 2018년, 함안의 말이산 13호분 발굴조사에서 가야의 별자리가 확인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같은 해에는 말이산 고분군이 아라가야의 왕릉임을 증명하듯 고분군 북서쪽 1km 지점에서 아라가야의 왕성지(함안 가야리유적)가 확인됐다.
둘레 2.4km의 정교하게 쌓은 토성인 아라가야 왕성지는 완벽한 잔존상태와 역사적 가치로 발견된 지 1년 6개월 만인 2019년 10월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아라가야 왕성지의 규모는 한성백제의 전성기 성곽인 몽촌토성에 필적하는 것으로 가야 전체를 통틀어 최대 규모이다.
연이어 2019년에는 봉황장식 금동관과 보물로 지정된 상형도기 5점이 한꺼번에 출토돼 1500년전 아라가야의 찬란한 문명을 확인했다.
2021년에는 가야고분군에서 처음으로 중국 남조의 청자그릇이 출토돼 아라가야의 국제성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또한, 같은 해 말이산고분군의 북쪽 지역과 75호분에서 약 2cm 크기 푸른색 ‘로만 글라스(Roman glass)’ 2점이 각각 발굴됐다.
고대 가야(1세기∼562년)의 여러 나라들 가운데 아라가야가 있던 말이산에서 로마제국에서 생산된 유리 제품이 나온 것이다.
아라가야가 중국을 거쳐 서역과 교류했다는 걸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이처럼 등재 과정에서 함안의 말이산 고분군에서 출토된 별자리와 봉황장식 금동관, 상형도기, 중국 남조 연꽃무늬 청자그릇은 가야문화의 우수성과 국제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서 세계유산 등재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에는 고분군에서 출토된 토기를 만들었던 집단생산유적도 확인됐다.
말이산 고분군에서 북쪽으로 약 6km지점 남강과 접한 곳에 위치한 아라가야 토기생산유적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집단 토기생산시설로 4~5세기 무렵 만들어진 22개소의 토기요지가 확인된 것이다.
국내 고대 산업시설로는 최대 규모로 이곳에서 만들어진 토기는 4~5세기 무렵 한반도 전체는 물론 일본까지 전해져 일본 스에끼(須惠器, 일본 고분‘古墳’시대 중기에서 헤이안‘平安’ 시대에 걸쳐 제작된 토기)생산의 원류가 됐다.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고대사에 대한 시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야사가 한국 역사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삼국시대로만 알려져 있던 한국 고대사가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세계적 인 인정을 받으면서 그동안 비어있던 고대사의 중요 부분을 마침내 채운 것으로 평가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를 결정하면서 가야 고분군의 보존·관리 방안도 제시했다.
7개 고분군 내 민간 소유 부지를 확보하는 등 유산 보호 노력 지속, 유산과 인접 도로 사이 완충구역 확보와 홍보 전략 개발과 통합 점검 체계 구축, 지역공동체 참여 확대 등을 권고했다.
등재된 가야 고분군은 7개의 가야고분군이 연속유산으로 등재됐기 때문에 앞으로 유산을 하나로 묶어서 통합 관리하는 통합관리기구가 설립돼 총괄하게 된다. 2025년부터 운영에 들어 갈 예정이다.
현재 통합기구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경남 김해시, 함안군, 경북 고령군 등이다.
함안군은 세계유산 등재로 기대와 함께 과제를 안게 됐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고 유네스코가 직접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화재청 공모사업에 세계유산 홍보와 활용, 축전 지원 분야로 좀 더 유리하게 신청할 수 있으며 보존 관리가 진행된다. 관건은 정부의 지원확보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관광객 증가와 이에 따른 고용 기회, 수입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군은 세계유산 등재로 관련 지자체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관광객 증가 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야문화권 시장군수협의회장인 조근제 군수는 “우선 함안의 말이산고분군을 비롯한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로 잊혀진 가야의 역사가 당당한 세계사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 가야 후손의 한 사람으로 무척 자랑스럽다”며 “이번 등재로 세계유산이 위치한 지역은 물론 가야문화권 전체의 발전과 번영의 씨앗이 될 수 있도록 24개 시‧군 모두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함안뉴스 (hama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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