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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옛 그림의 香氣 >『 歲세 寒한 圖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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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1-10-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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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歲寒』세한도

         -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 《論語》 子罕篇 -

              - 文字香 書卷氣 , 文人畵의 精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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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한도, 국보 제 180호, 개인 소장, 손창근)

세한도(歲寒圖)는 “추운 시절의 그림”이란 뜻이다.

세한"이란 말은『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라는 뜻의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의 한 구절이다.

세한도는 조선 후기의 대학자이자 서화가(書畵家)인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가 제주도에서 5년째 유배 중이던 1844년(헌종 10) 그의 제자인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 1804∼ 1865)이 자신을 대하는 한결같은 지극한 마음에 감동하여 그려준 그림이다.

추사는 엄정하고도 칼칼한 해서체로 그림 왼편 발문을 통해 그 연유를 적고 있다.

『 ... 지금 세상은 온통 권세와 이득을 좇는 풍조가 휩쓸고 있다.

그런 풍조 속에서 서책을 구하는 일에 마음을 쓰고 힘들이기를 그같이 하고서도, 그대의 이익을 보살펴줄 사람에게 주지 않고, 바다 멀리 초췌하게 시들어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을 마치 세상에서 잇속을 좇듯이 하였구나! 태사공(太史公) 사마천(司馬遷)이 말하기를 '권세와 이득을 바라고 합친 자들은 그것이 다해지면 교제 또한 성글어진다'고 했다. 그대 또한 세상의 도도한 흐름 속에 사는 한 사람으로 세상 풍조의 바깥으로 초연히 몸을 빼냈구나.』라고 적었다.

또, 완당(), 선생은 의 마지막에서는 <사기>의 『급암 정당시 열전』나오는 태사공 사마천의 사평 (史評)을 인용하여 자기의 심정을 표현했다.

『대저 전한(前漢)시대의 급암 (汲黯)과 정당시 (鄭當時)처럼 어질던 사람조차 세력이 있을 적에는 빈객(賓客)이 열배나 되었다가 세력이 없어 졌을 때 흩어졌으니, 하물며 보통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하규현(下邽縣)의 적공(翟公)이 처음 정위(廷尉: 지금의 검찰총장) 벼슬에 올랐더니 빈객들이 문을 메워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러다 면직되어 벼슬을 잃으니 빈객은 문 밖에 참새그물을 쳐도 될 정도로 찾는 이가 드물었다. 다시 정위가 되자 빈객들이 몰려들려 하자 적공은 대문에 큰 글씨로 이렇게 써 붙였다.

"一死一生 卽知交情 일사일생 즉지교정 / 한 번 죽고 한 번 삶에 사귀는 정을 알았고 
 一貧一富 卽知交態 일빈일부 즉지교태 / 한 번 가난하고 한 번 부유함으로서 사귀는 태를 보았으며
 一貴一賤 卽見交情 일귀일천 즉현교정 / 한 번 귀하고 한 번 천해짐으로서 사귀는 정이 모두 드러났다."

돌이켜보건대 이는 세상 인심의 박절함이 극에 다다른 것이리라. 슬프다!(悲夫) 완당 노인 씀.』

추사는 발문에서 사마천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염량세태(炎凉世態: 권세가 있을 때는 아첨하여 따르고 권세가 사라지면 푸대접하는 세상인심)에 슬프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세한도에는 잇속만을 따르는 세상인심에 대한 모질고 차가움이 있다. 화면엔 여백이 많아 겨울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듯 한 쓸쓸함이 보인다.

집 한 채와 나무 네그루뿐 이다. 옛적 추사 문전에 버글 거렸을 뭇 사람들의 모습은 커녕 인적마저 찾을 수 없다. 이상적은 중국에 통역사로 왕래하면서 좋은 책들을 구하면 멀리 제주에 귀향 가있는 스승 완당에게 꼬박꼬박 잊지 않고 보내주었다.

이상적은 스승의 <세한도>를 받아보고 곧 다음과 같은 답장을 올렸다. 『<세한도> 한 폭을 엎드려 읽으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을 깨닫지 못 하였습니다.

  어찌 그다지도 제 분수에 넘치는 칭찬을 하셨으며 제가 어떤 사람이기에 권세와 이득을 따르지 않고 도 도히 흐르는 세파 속에서 초연히 빠져 나올 수 있겠습니까? 다만 구구한 작은 마음에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따름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사제 간의 情이며 글이다.

이상적은 이듬해 10월 동지사(冬至使)의 연관이 되어 북경에 갔다. 청나라의 고매한 문인들과 같이한 자리에서 스승이 자신에게 보내준 작품을 내보였다. 그들은 작품의 고고한 품격에 취하고, 김정희와 이상적 두 사제간의 아름다운 인연에 마음 깊이 감격하 여 송시(訟詩:공덕을 기리는 시)와 찬문(贊文:글을 지어 붙임)을 다투어 썼다.

〈세한도〉오른편 아래 구석에는 주문방인(朱文方印:글씨가 붉은 색인 네모난 도장)이 찍혀 있다.

그 인문(印文)은 '장무상망(長毋相忘)이다.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기를...”이란 뜻이다.

이 얼마나 가슴 맺히도록 아름다운 말인가? 화제(畵題)의 글씨는 기품이 있으면서 그림은 어딘가 휑하니 쓸쓸해 보인다.

바로 완당이 나날이 맞닥뜨리는 세상인심에 대한 씁쓸한 감정 그것 이였을 것이다. 까슬까슬한 마른 붓(葛筆)으로 휙 쓸듯 지나가는 전경에서 쓸쓸하다 못해 비장함까지 느껴 진다. 그러나 세한도는 꿋꿋히 역경을 이겨내는 선비의 올곧음에 대한 의지가 소나무와 잣나무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세한도가 문인화(文人畵)의 정수(精髓)로 일컬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자향 (文字香)과 서권기(書卷 氣)가 넘치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문자향 서권기란 높은 학식과 고매한 인격이 글과 그림에 배여 나오는 은은한 품격을 말하는 것이다.

권세에 빌붙어 잇속만 따르는 척박한 세상인심이 한낱 옛글과 옛 그림에만 머물러 있는 것일까

『 참고문헌: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추사와 그의 시대, 완당 평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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