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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물의 미학 (美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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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1-10-2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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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b6c6f2c1a6.bmp 조 평 제 (江 문화전문위원)


유교의 경전(經傳) 5경(經)의 하나인 주역의 64쾌 중 제48쾌는 위에는 깊은 물이 있고 아래에는 부드러운 바람 있으며, 나무로 된 두레박의 모습이 형상화된 수풍정(水風井)의 쾌사로 글의 문을 연다.

󰡒정(井)은 개읍(改邑)호대 불개정(不改井)이니 무상무득(无喪无得)이라󰡓(우물이 마을을 열지만 마을이 우물을 열 수는 없다. 우물물은 줄지도 넘치지도 않아야 한다.)

필자는 산 중턱에 살고 있는데 집 입구에는 우물이 덩그러니 앉아 있다. 우물 속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종종 우물 안을 내려다보곤 하는데, 삼라만상의 섭리가 우물 속에 다 들어 있음을 느낀다. 우물이 생명수였기 때문에 마을이 있고 우물이 있는 것이 아니고, 우물이 있고 마을이 있었다는 주역의 심오함이 함안에서 두 번째로 물이 맑아서 마을이 들어섰다는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과 일맥상통함을 깨닫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는 요즘 흔치 않게 아직도 우물을 먹고 있는 마을을 만나게 되면 미당 서정주는 국화 옆에서 내 누님을 찾았지만 삶의 애환을 털어 놓는 이웃집 할머니, 아줌마, 누님들의 얼굴은 우물에서 만나게 된다.

우물에 대해 좀 더 탐구해 보고 싶어 우물 정(井)자가 생긴 유래를 찾아보았다. 황하강 주변의 흙은 무른 황토로 되어 있어서 우물을 만들기 위해 땅을 깊이 파면 흙이 무너지기 때문에 흙을 판 후 무너지지 않도록 우물 안에 나무를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쌓았는데 이러한 모양을 본 따 우물 정(井)자가 생겨난 것이었다.

문명의 이기인 전화기에 숱한 부호 중에 우물 정(井)을 택한 이유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중용의 미덕 때문이리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우물가에 서서 우물을 내려다보면 샘솟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휘양 찬 달밤은 물론 고요한 새벽에도 우물은 불변함을 일깨워 준다. 우물물이 여름에는 차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느껴지는 변함의 주체는 계절과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어떤 때는 마음을 비우라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채우라고, 원하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니 걱정하지 말라는 마음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오늘도 우물을 찾는다.

동네 사람들이 우물을 물동이에 담아 퍼 가지만 우물은 쉼 없이 샘솟는다. 우물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퍼내고 채우는 작업이 꼭 필요하며 이를 되풀이 하지 않으면 물은 썩게 된다. 그래서 동네 어른들은 1년에 몇 번씩 날을 잡아 우물물을 우물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전부 밖으로 퍼낸다. 그래야 우물이 좋은 물이 된다고. 세상 이치도 그러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과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진실로 하루가 새로우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우물이 알려주는 것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니까 우리 자신도 자꾸 자꾸 퍼내야 한다고, 신진대사가 그러하듯 배움의 채찍질을 늦추지 말라고 우물이 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물에 물을 길러 가보면 어떤 때는 두레박이 우물 속에 누워 있다. 아이들이 우물가에서 놀다가 두레박줄을 놓아 버린 것이다. 그러면 장대에다 갈고리를 묶어 줄을 들어 올린다. 아무리 물을 긷고 싶어도 두레박이 없으면 물을 길을 수 없다. 우리는 우물물을 긷는 것처럼 마음을 길어 내야 한다. 두레박은 사람들에게 우물을 퍼 주는 고마운 협력자이고, 메신저이면서 목통의 법칙도 들어 있다.

긴 목판으로 만든 목통이 있다. 입구 테두리의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는 이 목통에 물을 얼마나 담을 수 있는지 여부는 결코 테두리의 가장 높은 부분이 아닌 바로 가장 낮은 부분에 달려 있다. 이것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목통법칙󰡑이다. 목통에 물을 채울 때 아무리 다른 판자가 높아도 판자 하나가 짧으면 그 곳으로 물이 다 새어 나간다. 같은 맥락에서 깨어진 나무두레박에서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의 최소량(最少量)의 법칙을 발견하게 된다. 󰡒식물의 생장은 갖가지 양분이 아무리 충분해도 가장 부족한 한 가지에 의해 생장이 결정된다.󰡓 즉 식물의 생장과 생산량은 생육에 필요한 양분․수분․온도․광선 등 여러 인자 가운데 공급 비율이 가장 낮은 인자에 의해 지배된다는 최소량의 법칙과 목통의 법칙은 세상의 법칙과 상통한다.

우물이 들려주는 경구(警句)이자 대표적인 사자성어는 정저지와(井底之蛙)이다. 장자(莊子)의 추수편(秋水篇)에 보면 황하(黃河)의 신(神) 하백(河伯)이 강을 따라 내려가다 처음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바다를 보고 북해의 신 약(若)에게 󰡒이 세상에서 황해가 가장 넓은 줄 알았는데 바다를 보고 나니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약은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말할 수 없는 것은 우물이라는 공간에 구속되어 그 곳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고, 여름 벌레에게 얼음을 말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사는 여름밖에 모르기 때문이다.(정와불가이어어해자 井蛙不可以語於海者, 구어허야 拘於虛也 하충부지빙자 夏蟲不知氷者, 독어시야 篤於詩也)󰡓라고 대답한다.

더 나아가 추수편의 끝 대목에 보면 동해 바다에 살던 거대한 거북이가 큰 파도에 밀려와 우물 안 개구리를 만나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동해 바다의 거북이에게󰡒이 우물 안이 얼마나 즐거운 곳인지 어떻게 알겠니? 여기서 밖으로 팔짝 뛰어 나오면 두레박이 걸려있는 나무위로 올라갈 수 있고 우물 난간에 폴짝거리며 노닐다가 피곤하면 깨진 우물 벽에 들어가 앉아 쉴 수도 있어. 물 속에서는 겨드랑이와 턱으로 물에 떠 있기도 하지. 주변을 둘러봐도 나만한 장구벌레나 올챙이가 어디 있으랴. 내가 이 우물 속을 자유자재로 뛰어 다니며 놀고 쉬는 즐거움을 알 리가 없어. 너도 한번 들어와 볼래?󰡓

이 우물 안의 개구리의 권유에 따라 동해의 거대한 거북이가 우물 속으로 왼쪽 발을 내려놓기도 전에 오른쪽 발과 무릎이 걸려 버렸다. 발을 빼낸 거북이는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이렇게 들려주었다.

󰡒바다는 천리로도 그 넓이를 재지 못하고 천 길로도 그 깊이를 가늠하지 못한다네. 우왕의 시대 10년에 9년 동안 홍수가 계속 되어도 물이 불어난 법이 없고, 탕 임금 치세 8년 동안 큰 가뭄이 계속되어도 바다의 물이 줄어들지 않았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함부로 움직이는 법이 없고 물이 들어오고 나가기도 변하지 않네. 이것이 바다의 큰 즐거움이라네.󰡓거북이의 이 말을 들은 개구리는 깜짝 놀라 얼이 빠져 눈만 껌벅껌벅 거리고 있었다 한다.

장자는 정저지와를 통해 식견과 시야가 좁아 교만하고 자신만만한 사람을 경계했지만 자신의 거대함을 자랑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일러준다. 편견으로 독선과 독단을 고집하는 우물 속의 개구리는 우리가 역설적으로 세상의 화두인 소통을 향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또 다른 우물의 미학으로 자리매김하리라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정체성 부족으로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판다는 갈이천정(渴而穿井), 보는 만큼 안다는 좌정관천(坐井觀天),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한다는 뜻이 담긴 우물물은 열 길을 파야 나오는데 아홉 길만 파면 나오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알기가 어렵다는 뜻이 담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가 없다 등을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오늘도 우물로부터 삶의 윤기와 철학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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